조선 시대 관찰사 제반 ‘사법, 행정, 군사’ 공문서 기록으로 유일한 자료
15종 1,071건의 공문서를 날짜별로 기록, 사법판결문 내용 최다
관찰사 부임, 포폄 우역 처방 등 다양한 관찰사 업무 기록


조선 시대 관찰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권한 또한 막강하였다. 관찰사는 각 도에 파견되어 지방 통치의 책임을 맡았던 최고의 지방 장관이었다. 왕명을 지방 수령에게 전달하고 수령의 근무 실태를 평가하여 1년에 두 번 장계(狀啓)를 올리고, 도내의 여러 고을을 돌아다니면서 도내 정치·사법·군사에 관한 최고의 지휘권을 행사하며 중앙집권 체제 구축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 1764~1845)는 1833년(순조33) 3월에 임명을 받고 4월 10일에 전라도 관찰사 겸 병마·수군절도사 도순찰사 전주부윤(全羅道觀察使兼兵馬水軍節度使都巡察使全州府尹)으로 부임하여 이듬해인 1834년 12월 30일까지 21개월 동안의 재임 기록인 《완영일록》을 남겼다.
서유구는 82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32년간의 관료생활과 17년간의 유배생활을 한 공직자이자 농학자(農學者)였다. 그는 수기치인의 자세와 가학(家學)으로 전수된 특유의 성실성과 합리성으로 평생 많은 것을 기록하고 실증적 대안을 모색하여 현실에 적용시켰고 공직생활 기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러한 사실은 재임 기간 전라도 관찰사의 업무를 소상히 알 수 있는 총 15종 1,071건의 공문서와 매일의 공무 행적이 기록된 《완영일록》과 수원 유수 재임 24개월간의 기록인 《화영일록(華營日錄)》, 선비들의 자립적 임원생활을 위한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 등을 위시한 많은 농서(農書)들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2016년부터 2년간 전라북도의 지원을 받아 완역한 것을 바탕으로 2018년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 원문 표점 작업을 부가하여 번역의 전문성을 높이고 윤문과 용어 정리 등 가독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여 출간하게 되었다.

《완영일록》은 전라도 관찰사로서 수행한 공무와 위로는 국왕과 중앙 각사, 아래로는 각 지방 수령 및 백성들과 주고받은 문서가 기록되어 있다. 전라도 관찰사로서 발생하는 공문서 기록을 처음부터 기획하였고 공문서가 발생하면 내용만을 간추려 날짜별로 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완영일록》은 관찬(官撰) 사료(史料)는 아니지만 여러 정황으로 전라도 관찰사의 공식 업무와 공문서를 기록하였기 때문에 등재된 문서는 전라감영의 공문서라 할 수 있다. 특히 관찰사 재임 전 기간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공문서를 모아 기록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완영일록》은 전라도 53개 고을과 병영·각 진(鎭)과 제주도의 행정, 군사, 사법을 관장하였던 감사의 주요 업무를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 망궐례, 진상 시기와 물품, 과거시험, 수령의 고과 방법과 시기, 환곡 수송, 진휼, 효자 정려(旌閭), 조경묘·경기전의 봉심 시기와 절차 등 당시 전라 감영 행정 전반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과 이를 시행하라는 문서들을 담고 있다.

전라도 관찰사로 매일 공직을 수행한 내용과 주요 공문서 내용만을 요약하여 감영 일록(日錄)으로 남긴 사실은 적어도 500여 명이 부임한 전라도 관찰사 가운데 유일할 뿐만 아니라 8도 관찰사를 통틀어도 오직 《완영일록》과 수원 유수의 업무 기록인 《화영일록》뿐으로 모두 서유구의 기록이다.

《완영일록》을 통하여 전라도 관찰사를 중심으로 한 공문서 행이 과정과 당시 전라도 관찰사의 주요 업무 내용을 가늠할 수 있다. 나아가 지방 통치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찰사와 예하 수령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당대 사회의 가장 시급한 사안(事案)은 무엇이었는지 등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풍부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 또한 전라 감영 문화콘텐츠를 풍부하게 발굴할 수 있다. 2018년은 고려 현종 때 전라도가 성립된 지 1,000년이 되는 해이고, 2019년은 전라 감영 1차 복원이 완료되는 해이다. 《완영일록》을 비롯하여 전라 감영 관련 기록물들을 중심으로 역사문화 기록물을 활용한다면 전주뿐만 아니라 56개 주 전라도 전역의 사료가 문화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