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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지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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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지문2
저자
이동희
펴낸날
2016년 3월 14일
정가
원
할인가
원
페이지
344쪽
출판사
흐름출판사
분야
평론
ISBN/ISSN
979-11-5522-090-0 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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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지문2 : 우리 현대시의 재발견

산책로를 걷듯 부담 없이 사색하는 시 읽기

50여 편의 명시를 통해 삶의 지혜와 철학을 통찰하다.

지문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희곡에서, 해설과 대사 이외의 부분으로 등장인물의 동작이나 표정, 심리, 말투 등을 서술한 글이며, 문제 풀이의 바탕이 되도록 주어진 글 혹은 손가락 안쪽의 끝에 있는 살갗의 무늬를 말한다. 한 단어 안에도 이렇듯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시’는 말할 것도 없다.
시와 소설을 평론하는 작가는 시의 일상화와 대중화를 좀 더 진전시킬 수 있길 바랐다. 그리하여 2006년부터 2년여 간 일주일에 한 번씩 신문에 연재한 「이동희의 명시 산책」을 다듬고 묶어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명시 산책 첫해 1회부터 50회까지는 ‘우리 시조의 재발견’을, 둘째 해 51회부터 100회까지는 ‘우리 현대시의 재발견’을 산책의 소재로 삼아 집중 조명하였다. 

2권에는 50여 편의 현대시와 더불어 깊이 있는 통찰로 독자들을 이끈다. 시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쓰여, 정형화된 기존의 시 해석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느끼는 거리감을 줄였다. 실제적인 삶의 경험을 토대로 시와 버무려 풀어내는 솜씨에서 노련미가 느껴진다.
작가는 2008년 한 인터뷰에서 “문학은 사람살이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높은 지위를 갖고 재산이 많다한들 사람살이에 역행하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겠”냐며 자신의 문학관을 피력했다. 『시의 지문 』은 일반 독자에게 해독할 수 없는 문제처럼 느껴지는 시 해석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시행에 숨은 화자들의 심리와 표정, 동작을 추적하여 드러내줌으로써 문자로만 박제되어 있던 현대시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본문 속으로│

이러니 “지금(식민지가 된)은―들(조국의 영토)을 빼앗겨(국권 상실) 봄(자연의 질서)조차 빼앗기것네(잃어버림)”라고 탄식한다. 이 시적 발상은 두보가 ‘나라는 박살났어도 산하는 그대로 있다’는 발상과는 궤를 같이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차별화된 시의식이다.
(중략) 아마도 필자가 겪는 ‘봄 몸살’은 자연성에 회귀하고자 하는 본능의 발현이 아닌가 짐작된다. 농촌에 회귀하고자 하는 마음, 시골로 귀향하고자 하는 희망, 자연에 귀의하고자 하는 의식을 몸살로만 앓다가 마는 것은 아닌지? 온몸에 햇살을 밟으며 발목이 시리도록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좋은 땀조차 흘려 보지 못하고 마는 것은 아닌지? 봄만 되면 몸살을 한다. 정녕, 들(도시생활에 젖어서)을 빼앗겨 봄(자연의 생명성)조차 빼앗기겠네!

- 74~76p



고귀한 꿈을 지닌 자는 외롭다. 고독한 꿈을 꾸는 자는 고귀한 존재다. 과거의 신분이 그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 아니고, 미래를 지향하는 바람이 그것을 증명하지 못한다. 현재 고독한 자는 고귀한 자이며, 현재 꿈꾸는 자는 고귀한 자다. 절대 순수는 무엇으로부터 침해되지 않는 순수 혈통의 자아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생활에서, 이상에서, 정서에서의 순수 혈통! 유한하고 절대적 존재로서의 자아를 찾으려 몸부림치기 때문이다. 
먼 데 전설도 현실은 아니며, 향기로운 지위도 힘은 아니다. 참된 자아는 홀로임을 자각하고 실천하며 즐김으로써 스스로 고귀해지는 존재다. 외로운 꿈을 꾸는 존재다.

- 181~182p



무소유의 진짜 개념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에서, ‘필요 이상으로 지니지 않은’으로 수정해야 한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것을 무소유의 진짜 개념으로 고집하다 보면 말만 있고 실현이 없는 공허한 장난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욕망의 수치를 낮추면 누구나 ‘무소유’는 가능하다. 그러므로 지나친 욕망을 자제하라는 말뜻으로 무소유를 실현하면 인생이 또 다른 진면목을 만날 수도 있으리라.
이렇게 본다면 순수와 비순수의 분별도 그리 어렵지 않다. 순수한 상태에다가 욕망이 옷을 입힐 때 곧바로 비순수-가짜로 전락하게 된다. 욕망이란 무엇인가? 저절로 그렇게 된 상태를 억지로 다른 상태-‘필요 이상’으로 비틀어 놓으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모든 생명 있는 것들로부터 저들의 자연을 빼앗아 인간의 사연을 채우려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순수한 욕망의 절정이 아닐 수 없다.

-28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