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사회에서 '유교적인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유교사회에서 벗어난 지 100년이 훌쩍 넘었고, 1997년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로 유교의 윤리관도 이미 형해화되어 버린 지금, 새삼 유교문화의 의미를 다시 묻는 일이 왜 필요할까?
현대사회에서 전통이 만들어지고, 부정과 긍정의 순환회로를 돌면서 우리를 달려가게 하는 동력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까지 유교가 전통으로 만들어지고, 권위를 부여받게 되는 과정을 탐색하는 데 소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한국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좀 더 직시하고, 새로운 방향에서 그것을 다루는 방식을 충분히 사유하지 못했다. 이제 그 순환회로를 잠시 멈추고, 우리를 어디론가 향하게 했던 동력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필요할 때이다.
유교문화의 탈영토화는 유교가 우리의 문화영토라는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20세기 이래 부정과 긍정이라는 반복적 순환회로의 작동을 멈추어, 그 회로의 구조를 고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적 전통으로서의 유교'란 관념이 구성되고, 신념화되고, 또다시 현대의 담론들과 결합되는 양상, 그 정치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기의 학문 분야에서는 낯선 개념들을 적극적으로 전유하여 근현대 한국문화로 구성된 유교문화와 거리두기를 시도하고자 한다.
이 책은 근현대 유교문화로 구성되어 왔던 것들과 거리두기를 위한 시론적 탐색의 글을 모은 것이다. '1부 비판의 메타포로서 유교담론'에는 현대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현대 속의 전통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위해 '유교적인 것'을 소환했던 행위들에 대한 현재적 의미를 고찰한 글 5편을 실었다. '2부 전통의 시네토키로서 유교문화'에는 유교를 전통문화로 소환했던 행위, 또는 유교가 전통문화로 인식되도록 구성했던 행위를 구체적으로 탐색한 글 5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