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늘 새로운 개혁을 필요로 한다. 17세기 개혁을 주장한 반계 유형원의 실학사상은 현재도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았다. 현재진행형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현 정치 상황 속에 400여 년 전의 사상이 고스란히 생명력을 갖는 것은 진정한 개혁이 아직 깃들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반계 유형원은 우리나라 실학의 비조(鼻祖)로 세계가 지향하는 복지국가 건설의 이상을 제시한 실학자이다. 실학은 ‘실사구시’와 ‘이용후생’, ‘경세치용’을 주장한 학문이다. 유형원은 그의 아버지가 역모로 몰려 죽고, 31세 때 조부 상을 치른 후 엄습한 폐병으로 인해 관직생활을 단념하고 전라북도 부안으로 입향하였다. 반계에 있어 부안 우반동은 임진왜란ㆍ병자호란으로 찢겨진 산하와 명ㆍ청 교체기의 국가적 굴욕을 새로운 개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선택한 절치부심의 땅이기도 했다. 그는 우반동에 칩거해 52세까지 20여년간 걸쳐 『반계수록』 26권 13책을 집필함으로써 국가 전반의 개혁을 제시하고 그의 실학사상을 완성하였다.
반계 유형원의 개혁 의지와 사상은 당대 지식인들의 경세론이자 이상론이 되었으며, 후학들의 학풍 조성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가 저술한 『반계수록』은 그가 죽은 후 100여 년이 지나 덕촌 양득중, 성호 이익, 약산 오광운, 담와 홍계희, 순암 안정복 등 실학적 소견을 가진 학자와 관료들의 노력의 결실로 간행되었고, 다산 정약용의 실학을 집대성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본 저서는 그동안 저자가 발표한 논문을 중심으로 반계 유형원에 관한 글들을 모아 크게 3부로 구성하였다. 1부에서는 반계 선생의 학문적 배경과 개혁사상의 뿌리를 집안의 가계 분석을 통해 접근하였고,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반계학’에 대한 시론적 연구를 적시하였다. 2부에서는 부안에서 볼 수 있는 반계 유적을 통해 반계 선생이 남긴 발자취를 확인하고, 부안 우반동을 한국실학의 터전이자 실학의 메카, 치유와 개혁의 땅으로 구체화하였다. 3부에서는 반계 선생 추숭에 대한 본격적인 시론을 제시함과 동시에 유형원과 『반계수록』의 가치를 알아본 덕촌 양득중과 담와 홍계희에 관한 연구도 함께 실었다.
치유와 개혁의 땅, 부안 우반동
부안 우반동에서 반계가 택한 삶의 지향점은 심신의 치유, 그리고 또 다른 개혁의 준비였다. 반계 선생은 '새로운 조선'을 꿈꾸며 『반계수록』을 편찬하였다. 『반계수록』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실학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반계 선생은 이를 통해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기인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치유와 개혁'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부안 우반동과 변산 뿐만 아니라 전국의 반계 유적을 총망라하였고, ‘부안의 반계길’ 등 향후 문화콘텐츠 활용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또한, 부안의 유교문화유산으로 부안 3현(지포 김구, 반계 유형원, 간재 전우)에 대한 현황과 과제도 언급하였고, 최근 필자가 발굴한 부안 ‘동림서원지’ 등을 통해 새로운 ‘반계학’ 연구의 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저자는 "2022년인 내년은 반계 탄생 4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로, 앞으로 반계 선생의 뜻을 기리고, 그에 대한 꾸준한 연구사업을 통해 실학의 발원지인 부안 우반동이 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승대(金承大)
1969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했다. 서울 사대부고, 원광대학교 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학과에서 조선후기사를 전공하였다(문학박사).
원광대ㆍ호원대 등에서 한국사를 강의하였고, 미륵사지유물전시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전북도청 학예연구관, 문화재청 백제왕도핵심유적보존관리사업추진단 조사연구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조선 후기 실학사와 인물사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통일 한국 기독교 역사에 대해서도 천착 중이다. 저서로 『반계수록』(공저), 『동아시아의 백과전서파 실학과 황윤석』(공저), 『신실학의 현재적 지평』(공저), 『반계 유형원과 동아시아 실학사상』(공저), 『쉽게 풀어 쓴 심춘순례』(공저), 『익산의 근대문화유산』(공저), 『믿음의 그루터기』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홍우전의 정치 생애와 전주 지역 정착」, 「담와 홍계희의 경세서 편찬과 금석문 고찰」, 「죽봉 고용집의 가계 분석과 교유 인물」, 「호남 소론의 근거지 모산촌 연구」, 「담와 홍계희와 이재 황윤석의 교류」, 「태평산인 강후진의 유금마성기 연구」, 「이재 황윤석의 가계분석」 등이 있다.
차례
글을 시작하며 / 4
1부 유형원의 뿌리와 반계학을 논하다 1장_ 반계 유형원 가계 분석 / 27 1. 들어가며 / 28 2. 유형원 선대 가계 분석 / 30 3. 유형원 가족관계 분석 / 56 4. 나가며 /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