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1일, 전북 완주에 있는 초남이성지 바우배기에서 이름 모를 유해가 발견되었다. 오늘날 과학의 힘으로 관 속에 묻힌 유해와 백자사발지석을 조사한 결과, 이는 기록으로만 알려진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였다.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의 존재가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로 시작되었다. 선교사가 들어오기 전에, 유학자들의 학문 연구로부터 신앙공동체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신앙의 진리를 명확하게 깨달았으며, 세례를 받는 순간부터 고난과 박해, 곧 죽음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들에게 순교는 강요된 죽음이 아닌, 신앙을 지키는 믿음의 행위였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는 그 믿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나라 순교 역사의 첫 장을 써내려 갔다.
이 책은 파리 외방 전교회 사제였던 달레 신부가 쓴 윤지충 관련 내용을 새롭게 번역하여 펴낸 것이다. 달레 신부는 윤지충 바오로가 한문으로 쓰고, 한글로 번역하여 신자들이 읽었던 내용을 불어로 기록하였다. 그리고 200여 년의 시간을 건너 순교자들의 담담하지만 단호한 양심의 목소리를 오늘날의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이 책은 조선 왕조와 기득권자들의 주장을 물리치고 순교로 자신의 신앙을 지킨 복자 윤지충 바오로의 신념과 그의 행복에 기꺼이 동참한 복자 권상연 야고보의 의지를 담았다. 최초의 순교자와의 만남과 그들의 음성을 통해 신앙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 자
끌로드 샤흘르 달레(Claude-Charles Dallet, 1829~1878)
프랑스 북동부 렁그흐(Langres) 출신의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 사제로 베트남 북부 지방 게소(Ke'so)에서 선종했다. 구노(Charles Gounod) 작곡의 「선교사 출정가」(1852)의 가사는 달레 신부의 작품이다. 인도 방갈로르에서, 호교론 『이단과 가톨릭, 가톨릭에 도전하는 개신교인들의 반론 에 부치는 소견』(1859)을 영어로 출간했다. 이 책은 서언과 결언 그리고 본론 총 3부 17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부는 이단의 정체, 2부는 신앙의 규칙, 3부는 가톨릭 교의와 신앙 실천의 의의로 개괄되며, 3부의 마지막 장에서 프로테스탄트 교리의 이단성을 논증했다.
프랑스로 귀국하여 지병을 관리하는 동안, 인도의 지방 언어인 텔루그어(Telugu)와 카나라어 (Kanara) 글꼴을 주조(鑄造)했고, 방갈로르로 복귀(1863)했으나 지병이 재발하여, 프랑스로 다시 귀국했다. 병세를 회복한 후, 캐나다 퀘벡에 있는 라발 대학(Université Laval)으로 파견(1870)되었고, 다블뤼 주교가 제공한 한국 관련 사료를 분류하면서, 『한국 교회의 역사』(1874)를 집필했다. 이는 한국학 및 교회사학의 기초 사료가 되었다.
역 자
김미선 요안나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에서 수학했다. 「재중 예수회 선교 보고서 연구」(1768)로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논문으로는 「가톨릭교회 속 롱고바르도: 사료의 번역과 해석의 위험에 관한 일 고찰」(한국교회사연구소 제206회 연구발표회 발제)이 있다. 주요 칼럼으로는 「내가 만난 그리스도인: 김은식 로사」(『경향잡지』 2020년 8월호)와 「중국교회 역사 이야기 11:「황실궁정화가 카스틸리오네」(『가톨릭신문』 2021년 8월 29일 자)」가 있다. 현재 아시아천주교사연구회 회원이며 한국교회사연구소 번역팀 연구원으로 서양어 사료 오역과 서술 오류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