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소장 변주승)가 병자호란 이후 척화파 중 한 명인 백강(白江) 이경여(李敬輿, 1585~1657)의 문집 '백강집(白江集, 발행 흐름출판사)'을 완역, 출간하였다.
‘백강집’은 이경여의 아들인 이민서(李敏敍)에 의하여 1684년 간행되었다.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권역별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팀(연구책임자 김건우)은 1684년 간행된 초간본을 저본으로 하여 지난 2022년 12월 31일에 총 5권으로 완간하였다.
이경여는 광해군 대에 문과에 급제하였으나, 대북파가 득세하여 폐모론(廢母論)을 주장하자 벼슬을 그만두고 흥원(興元, 전라도 흥덕)으로 낙향하였다. 인조반정으로 인조가 즉위한 이후 다시 조정에 나아갔고,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인조와 소현세자를 호종하여 남한산성으로 들어갔으며, 이후 이조 참의와 경상도 관찰사를 역임하면서 전후 수복에 힘썼다. 1640년과 1644년에는 척화파 인물로 지목되어 심양(瀋陽)에 두 차례 억류되었으며, 효종이 즉위한 이후 복수설치의 표상이 되었다.
그간 이경여의 문집이 비교적 온전히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다. 이번 ‘백강집’ 완간은 병자호란 이후 척화파 인물 중 한 명인 이경여라는 인물 연구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당시 정치, 사회 등 여러 분야의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권역별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팀은 산적한 미번역 고전 자료를 번역, 고전의 대중화와 지역의 번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0년 5월에 설립되었다. 이후 2017년 12월에 ‘대형거점연구소’로 최종 선정되어, 매년 사업비와 출판비를 지원받아 호남권 문집 9책을 연간 번역 발간하고 있다. 그간 ‘존재집’, ‘문곡집’, ‘노봉집’, ‘병산집’, ‘한포재집’, ‘손재집’, ‘서하집’, ‘성재유고’, ‘연석’, ‘송사집’ 등 조선시대 선현의 문집을 번역 출간하였다.
올해는 권상하(權尙夏)의 문하에서 강문팔학사(江門八學士)라는 칭송을 들을 만큼 유명하였던 조선 후기 성리학자 윤봉구(尹鳳九)의 ‘병계집(屛溪集)’을 완역하고,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의 후손으로 성리학과 예학(禮學)에 조예가 깊은 송내희(宋來熙)의 ‘금곡집(錦谷集)’과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의 현손으로 가학(家學)을 계승한 송덕상(宋德相)의 ‘과암집(果菴集)’을 번역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구한말의 문인이자 순국지사인 송병선(宋秉璿)의 ‘연재집(淵齋集)’을 출간할 예정이다.
- 한국고전학연구소 대외협력홍보실 제공
이경여(李敬輿, 1585~1657)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직부(直夫), 호는 백강(白江)⦁봉암(鳳巖),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세종(世宗)과 신빈(愼嬪) 김씨(金氏) 소생 다섯째 서자 밀성군(密城君) 이침(李琛, 1430〜1479)의 6대손으로, 1585년(선조18) 1월 9일 서울 남산 아래에서 태어났다. 25세가 되던 해인 1609년(광해군1)에 증광 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에 들어갔다. 이후 봉교, 전적, 공조 좌랑, 지제교 등의 벼슬을 지냈다. 1627년(인조5) 1월, 호패법을 시행할 때 호패 어사로서 호남을 시찰하던 중에 정묘호란이 일어났음을 듣고 김포로 귀환하여 인조를 강도(江都)로 호종하였다. 1636년에 병자호란이 일어나 경상도의 백성들이 굶주리자 감영의 곡식을 내어 그들을 구휼하였다. 1646년에 민회빈 강씨(愍懷嬪姜氏)의 사사(賜死)를 반대하다가 진도에 유배되고, 다시 1648년에 삼수에 위리안치되었다. 1650년(효종1)에 영중추부사로서 영의정에 올라 청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왔지만, 청나라의 압력으로 다시 영중추부사로 직책을 옮겼다. 부여의 부산서원(浮山書院) 등에 제향되었으며, 저서로 《백강집(白江集)》이 전한다.
오늘 이곳은 어느 곳인가 今日是何地 서로 만남 이 또한 하늘의 뜻으로 相逢此亦天 다른 때도 오히려 막역했거늘 異時猶莫逆 같은 처지임이 가장 애처롭다오 同病最堪憐 만일 마음속에 꽉 막히게 한다면 使中心滯 누가 오랜 약속 온전히 지켰다 칭찬하리오 誰稱久要全 부디 마음속에서 구하여 須求方寸內 속인처럼 하지 마시기를 毋若俗人然
- 1책, <부질없이 읊다> 중 2번째 수, 138~139p.
큰 근본은 오직 전하께서 크게 뉘우치고 깨달아서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정사를 행하여 덕을 우선하고 이익을 뒤로하며 위를 덜어 아래에 더해 주는 데 달려 있습니다. 일 처리 잘하는 신하를 지나치게 장려하지 말고 순량(循良)한 관리들을 지나치게 깎아내리지 마소서. 가혹한 정치는 억눌러 행하지 못하게 하고 어질고 보살피는 도를 널리 미루어 적용하여, 온 나라의 백성들을 모두 널리 은혜를 베푸는 인덕(仁德)의 지역에 살게 하고, 한 사람도 제 살 곳을 얻지 못하는 이가 없게 하여 임금의 도리를 다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