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은 한민족을 대표하는 노래이다. 아리랑의 가사와 곡조에는 당대의 생활상과 사회상이 담겨 있다. 아리랑, 아리아리, 아라리 등의 여음과 가창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사설로 이루어진 노래로서 지역별로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입과 입으로 전해온 토속민요, 소리꾼이 노래하는 통속민요, 근대에 발원한 신민요와 근래의 퓨전 민요까지 아리랑이라 불리는 노래의 범위도 넓다. 이 책은 국가무형문화재 아리랑의 기록화 도서이다. 이 책에는 아리랑의 정의와 범주, 생성의 역사, 지역별 아리랑의 특징과 변주 양상, 전승 특성과 현황 등이 담겨 있다. 글쓴이는 음악적 문학적 특성, 전승의 전통과 향유 방식 등에서 아리랑의 전형을 구하고, 전승의 전형을 구한다. 우리가 보전하고 전승해야 할 아리랑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전하고 전승해야 할 아리랑은 무엇인가
‘소리’를 의미하는 ‘아리’에서 출발한 아리랑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강원도 지역에서 노동요로 불리던 아리랑은 한민족의 굴곡진 역사 속에서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고, 여러 지역에서 재생산되어 보다 풍부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특히 1926년 개봉한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흥행은 여러 지역에서 아리랑이 새로이 창작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일제강점기 억눌려 있던 민족 정서와 한에 대중이 반응한 것이다. 일제 강점기 전후로 이루어진 이산과 이주의 경험, 분단과 내전 등은 아리랑을 민족의 노래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재외동포에게 아리랑은 민족과 고향, 고국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고,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아리랑은 그간 쌓인 긴장과 경계심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이 한민족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아리랑은 공동의 정서과 기억을 환기할 수 있도록 가사와 형식이 상당 부분 고정된 상태이다. 현재 아리랑은 민족적 위상 등에 힘입어 교과서에 실려 교수되고, 보존 가치와 전승 노력 등에 근거하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역사성 예술성 학술성 등을 인정받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조처는 공표를 통한 인지 확산, 명확한 기록, 체계적인 전승 기반의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성과이다. 그러나 본디 아리랑은 열린 노래이다. 체계적 교육이나 매체의 홍보, 전문 소리꾼에 의존하여 전승 발전된 노래가 아닌 것이다. 아리랑의 기초에는 민중의 자발성이 있다. 그렇기에 자유롭게 창작되고, 변형되며, 소멸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는 가사와 리듬 등 음악적 요소뿐만 아니라 필요와 소용도 그러하다. 현재의 아리랑은 ‘민족’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열린 노래로서의 아리랑을 보다 잘 대변할 수 있는 수식은 ‘민족 문화’일 것이다. 1896년 아리랑을 최초로 서양식 악보에 기록한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는 아리랑을 “보통의 한국 사람에게 음식으로 치면 밥과 같은 노래”라고 하였다. 또한 ‘782개 이상 혹은 그 이하의 가사가 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고 격정적이지 않아 오래 부를 수 있는 노래’라고 평가하였다. 아리랑의 민족적 보편성, 변주의 다양성, 대중성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노래를 이어가는 특성까지 고루 담긴 평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아리랑은 특별한 날 행사에서 불리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구매한 음원을 통해 감상하는 수준으로 전과 같이 활발하게 창작, 노래되고 있지는 않다. 밥과 같은 존재로서의 아리랑을 보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전승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문화재청은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때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고 ‘공동체’ 종목으로 정했다. 이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참여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국공립기관과 지자체, 사설 기관과 단체뿐만 아니라 개인의 노력도 포함된다. 문화는 생명체와 같다. 생명은 자연 그 자체이지만 생명이 특유의 삶을 이루어 내는 데에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리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리랑은 민중의 노래이자 열린 노래이기 때문이다. 음악 교과 시간에 교우들과 합창하든, 음반을 감상하든, 소리꾼이 되어 공연하든, 콧노래로 흥얼거리든 아리랑이 갓 지은 밥처럼 따뜻하고 구수하다면 그것이 아리랑다움 아닐까. 이에 글쓴이는 아리랑의 건강한 전승을 위해 “모두의 아리랑”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한 정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책에는 1943년 이전 유성기 음반의 아리랑 수록 현황과 글쓴이가 채보한 아리랑 악보가 실려 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의 성원을 바란다.
국립무형유산원
인류의 무형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후손들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하는 행정기관이다. 체험 활동과 교육 등을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전시와 공연을 통해 현세대와 소통하며, 기록화 사업 등을 통해 문화유산의 보고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미래 세대로의 원활한 전승을 위해 전승자를 지원하고 생산품의 판로를 개척하는 한편, 국내외 교류 협력에 힘써 국제적인 무형유산의 중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프롤로그 Ⅰ. 아리랑이란 무엇인가
01. 아리랑의 정의와 범주 02. 아리랑 국가무형문화재 전승공동체 종목 지정의 의미 03.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아리랑의 의의와 가치
아리랑은 이제껏 그래왔듯이 끊임없이 변주되고 확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무형유산으로서 아리랑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러한 확장을 장려하고, 때로 주도해야 할 임무가 있다. 자유로운 변주와 확장이 아리랑의 전형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18쪽.
아리와 아라리, 아리랑은 항상 ‘고개’를 넘는 것으로 귀결된다. ‘고개’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상징이다. 넘기 힘든 고개는 인생의 고난이고 역경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어려움이 ‘고개’로 설정될 수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고개’가 아리랑의 대표 가사로 들어가 있다는 것은 아리랑이 그런 고개를 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는 노래였음을 말해 준다. --187쪽.
아리랑은 그동안 다양한 의미와 가치로 평가받아 왔지만 불변의 가치는 정서를 담는 표현 도구라는 점이라 본다. 이러한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신의 아리랑을 만들어 부를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아리랑을 위해서, 아리랑의 건강한 전승을 위한 정책으로써 ‘모두의 아리랑’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1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