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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의 시대-친일가요와 군국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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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의 시대-친일가요와 군국가요-
저자
허부문
펴낸날
2023년 5월 30일
정가
할인가
판형
신국판
페이지
356쪽
출판사
흐름출판사
분야
역사
ISBN/ISSN
979115522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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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 심층 분석을 통해 살펴본 대중가요계의 친일과 그 의미
일제강점 말기 발표된 친일가요와 군국가요 총망라


친일의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역사의 난제이다. 우리가 아는 친일파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친일파 또한 많다. 친일 행위를 저지른 권력자와 문학가 등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특히 친일 문학가의 이름은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곤 한다. 하지만 음악, 특히 일반 대중가요계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대중가요계의 친일

『대중가요, 역사로 읽기』의 저자 허부문이 가사를 분석해 일제강점 말기 대중가요 속 친일의 의미를 탐구했다. 책 제목인 ‘친일의 시대’는 일제강점기 중에서도 일제의 침략 전쟁이 격화된 중일전쟁 이후 항복에 이르는 일제강점 말기를 의미한다. 이 시기 조선은 일제의 전쟁에 동원되어 병참기지화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일제의 착취가 극렬해질수록 조선의 사회상도 친일 일색으로 변화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대중가요인과 그들의 친일 작품을 다뤘다. 대중문화는 대중의 호응을 기반으로 한다. 즉, 대중에게 외면당하는 대중문화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대중을 압살하는 권력 아래에서는 대중을 외면하고서야 연명하거나 번성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룬 친일가요는 대중과 권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기존의 친일가요 연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개념을 재정의하고, 가사를 바탕으로 친일가요와 군국가요를 구분하여 재분류하였다. 친일가요는 점령 지역 상황을 윤색하고, 일제의 식민정책에 동조하는 내용의 가요로, 점령 지역의 확대와 더불어 친일가요도 확산했다. 군국가요는 일제의 침략 전쟁을 찬양하고, 그 전쟁에 조선 청년의 목숨, 나아가 혼백까지 바치라는 내용의 가요이다. 전자는 대체로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 후자는 패망의 색이 짙어져 갈 때 제작되었다.  
  조선인의 생활과 동떨어진 친일가요, 특히 흔쾌히 목숨을 혹은 바치라는 부류의 군국가요는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음반사는 판매 부진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음반이 사치품으로 규정되어 음반 제작 자체가 금지되는 1944년 전까지 친일, 군국가요를 생산했다. 그렇다면 친일, 군국가요의 제작은 그저 불가피했던 일이 아니라 창작자의 양심과 일신의 안위 사이 타협과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친일의 의미, 책임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의 저술 방향을 결정지은 것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의 대중가요 분야 친일반민족행위자 선정과 그 선정 근거라고 말한다. 위원회는 심의 대상 7인 중 4인을 기각했는데, 그들의 행위는 ‘친일 행위가 맞다’고 하면서도 “작곡가나 대중가수가 갖고 있던 당시의 사회적 위상이 낮았기 때문”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선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인기 가수의 사회적 위상이 낮다고 할 수 있는 건지, 사회적 위상이 낮으면 친일 행위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건지 등 숱한 의문에 부딪힌 저자는 친일 가요인이 아니라 친일가요의 가사와 시대적 배경을 분석함으로써 친일의 의미를 탐구하기로 한다. 대중가요의 노랫말은 대개 그 시대의 사회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친일의 시대에 발표된 친일가요와 군국가요를 망라한 후, 저자는 친일, 군국가요를 만든 가장 큰 책임은 노랫말을 만든 작사가에게 있다고 보았다. 노랫말에는 노래의 주제가 담겨 있고, 그 주제는 작사가가 나타내려는 사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당시 대중가요인의 사회적 위상이 높지 않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친일반민족행위자 선정에 있어서는 대중예술이 갖는 파급력과 영향력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친일과 마주하기'의 의미
우리 사회가 ‘친일’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친일반민족행위에 받은 상처가 깊기 때문일 것이다. 외면과 겉치장으로 깊은 상처를 아물게 할 수는 없다. 실수와 잘못은 부끄럽고 괴롭다. 그러나 부끄럽고 괴로운 과거를 은폐하고, 윤색하는 행동은 그 과거 속에 자기를 매장하는 일이다. 가요인을 포함해 민중은 일제강점기를 저항과 굴종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적극적인 친일반민족행위는 물론 생존을 위한 비겁한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잘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저자는 헤겔의 말을 빌려 ‘기왕에 존재한 것은 언제까지나 존재한다’면서, 친일가요와 군국가요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친일가요와 군국가요에 대한 주된 책임은 그 곡을 만들고, 부른 대중가요인들에게 있다면, 역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책임은 지금 우리에게 있다.
  이 책에서 전직 대통령의 혈서 작성을 다룬 「혈서 지원」 부분은 특히 눈길을 끈다. 나아가 주제별로 분류•검토한 친일가요와 군국가요를 정리한 <표>들은 이해의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대중가요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물론, 더 나은 미래로 한 발 내딛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